“공보는붓을가리지않는다”는정말일까?|구카이의실상을파헤치는속담의진실

“공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弘法筆を選ばず)”는 속담은 일본에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달인은 어떤 도구를 써도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의미로, 서예뿐 아니라 비즈니스나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말입니다.하지만 이 속담에 등장하는 ‘공보’, 즉 구카이(空海)의 실제 모습을 살펴보면, 이 말이 사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이번 블로그 글에서는 붓 문화와 구카이의 서예관을 바탕으로, “공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와 그 속에 숨은 오해를 풀어봅니다.

표면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공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보통 “명인은 어떤 환경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도구 탓을 하기 전에 실력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사용됩니다.능력주의를 상징하는 듯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지나치게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예를 들어 서예의 세계에서 “이 붓은 쓰기 힘들다”고 말하면, “공보는 붓을 가리지 않았다는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합니다.하지만 이것은 구카이의 실제 붓 사용이나 사상과는 오히려 반대되는 해석입니다.

구카이는 실제로 붓을 가려 썼다

구카이는 헤이안 시대 초기에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밀교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와 기술을 일본으로 들여온 인물입니다.서예에 있어서도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며, 일본 서예 문화에 끼친 공헌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용도에 따라 붓을 구분해서 사용한 구카이

기록에 따르면 구카이는 서체나 목적에 따라 다양한 붓을 구분해서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 정사각형 스타일에는 단단하고 짧은 붓
  • 러닝 스타일에는 유연하고 긴 붓
  • 필기체 스타일에는 더욱 부드럽고 흐르듯한 붓
  • 불경 필사에는 가늘고 날카로운 붓

이처럼 각 용도에 적합한 붓을 직접 제작하거나 헌상했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사용한 붓은 너구리털, 토끼털 등 다양한 동물의 털로 만들어졌으며, 그 특성에 맞게 배합하거나 구조를 세밀하게 설계했다고 합니다.

왜 “공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퍼졌을까?

그렇다면 왜 구카이가 도구를 중요하게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정반대의 이미지가 일반화되었을까요?

속담은 원래 의미나 사실과는 달리, 사람들이 쓰기 편한 표현으로 정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예를 들어, 누군가가 방문지에서 조잡한 붓을 건네받고 즉석에서 글씨를 써야 할 상황에서, “이 붓이 별로 좋지 않네요”라고 말하면, “공보는 붓을 가리지 않잖아요”라고 답하는 식입니다.이런 장면이 반복되며, “구카이 = 도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홀로 퍼지게 된 것입니다.

도구를 고르는 것은 전문가의 증거

현대의 붓 장인이나 서예가에게도 “붓을 고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중국 고대부터 전해지는 이상적인 붓의 조건, 즉 “첨·제·원·건(尖・斉・円・健)”—날카로움, 균형, 둥글기, 탄력—은 지금도 붓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즉, 구카이처럼 붓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선택하는 태도야말로 오히려 “일류의 증거”인 것입니다.

결론|진짜 의미에서 “공보는 붓을 골랐다”

속담 “공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 역설적으로 읽어야 할 말일지도 모릅니다.구카이는 실제로 붓의 재료, 구조, 용도까지 깊이 고민하며 직접 제작하게 하고, 서체에 따라 붓을 나누어 사용했습니다.이러한 태도가야말로 고도의 기술과 표현력을 갖춘 “진정한 명인”의 모습이며, 그렇기에 지금도 우리는 구카이의 서예에서 감동을 받는 것입니다.

붓을 고르기에, 구카이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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