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서예는 ‘도(道)’인가? ―― ‘서법’과 ‘서도’의차이를깊이있게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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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단순히 글씨를 쓰는 것만으로는 ‘서도’가 아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글씨를 씁니다. 하지만 그것을 ‘서도’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붓과 먹을 사용하더라도, 그저 ‘서법’에 머무르는 한 진정한 의미의 ‘서도’가 되지는 않습니다.

서도는 단순히 ‘아름답게 글씨를 쓰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세, 삶의 방식, 정신성까지를 탐구하는 ‘도(道)’입니다.

이 글에서는 ‘서법’과 ‘서도’의 차이를 명확히 하면서, 왜 서예가 ‘도’로 불리는지를 역사・사상・실천・예술성・문화성이라는 5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서법’과 ‘서도’의 어원과 의미

서법: 붓 사용법과 글자 구성에 관한 ‘규범’

‘서법(書法)’은 중국 서예 이론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용어로, 붓의 움직임(필법), 글자의 구성과 균형(자법), 종이 위 배치(장법) 등, 글씨를 쓰기 위한 이론적 체계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 영자팔법’에 따른 기본 필법 (책 策, 륙 勒, 노력 努, 척 趯 등)
  • 점획의 순서와 붓놀림
  • 중심필(중봉)과 측면필(측봉)의 차이
  • 자형 구성의 균형
  • 공간 활용 (밀도, 크기, 강약)

이러한 요소들은 서도의 기초 ‘기술’이며, 글씨쓰기의 ‘형태’를 구성하는 틀이 됩니다.

서도: 기술을 넘어 정신을 수련하는 ‘도’

‘서도(書道)’라는 말은 일본에서 특히 널리 정착된 표현으로,
‘서(書)를 통해 자아를 수련하고, 정신을 고양하며, 예술을 탐구하는 평생의 수행의 길’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검도, 다도, 화도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도(道)’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마음을 반영하는 거울로서의 길이기도 합니다.

역사 속에서 본 ‘서법’에서 ‘서도’로의 심화

중국: 서법 체계화와 예술 개념의 형성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서법’이라는 개념이 존재했으며, 왕희지・안진경・구양순 등의 대가들에 의해 점획의 규칙, 필획의 변화, 자형의 미 등이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규범적 아름다움’에 중점을 둔 것이며, ‘도’로서의 정신적 심화는 유교・불교・도교의 영향을 받아 후대에 개화하게 됩니다.

손과정의 『서보(書譜)』에서는 “서(書)는 마음의 그림”이라고 하며, 기술 너머의 정신세계를 암시합니다.

일본: ‘도’로서의 문화로 승화

일본에서는 나라・헤이안 시대에 중국의 서법을 받아들인 후, 점차

  • 다도
  • 화도
  • 향도
  • 검도
  • 무사도
    등과 마찬가지로, 서예 또한 ‘자기 수련의 도’로 재정의되었습니다.

특히 근대 이후의 서도 교육에서는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난다”,
“붓은 마음을 비춘다”
와 같은 말이 사용되며, 인격 형성과 결합된 종합 교육으로서 ‘서도’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습니다.

왜 ‘서법’이 아니라 ‘서도’인가? 다섯 가지 핵심 포인트

포인트①: 서예는 ‘마음’을 비추는 예술

“서(書)는 심화(心畫)다”, “붓은 마음의 흔적이다”라는 고전의 말처럼, 서예의 선은 단순한 선이 아닌, 쓰는 사람의 감정・기운・정신 상태가 뚜렷이 나타납니다.

  • 화가 나면 선이 너무 강하게 나옴
  • 긴장하면 딱딱하고 떨리는 선이 됨
  • 안정되면 부드럽고 유연한 선이 나옴

따라서, 서예를 배우는 것은 곧 마음을 다스리고 고요하게 만드는 수행이기도 합니다.

포인트②: 동양 사상 ―― ‘도(道)’ 개념

‘도’는 중국 고대 사상의 중심 개념입니다. 노자의 『도덕경』 제1장에는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라는 말이 있으며,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 우주의 이치, 자기 완성의 과정을 나타냅니다.

서도는 ‘붓을 들고 자아와 세계의 도(道)를 걷는 행위’로서 자리매김합니다.

포인트③: 실천성 ―― ‘쓰기’를 통한 자세와 정신 수양

서도 학습에는 다음과 같은 실천적 요소가 포함됩니다.

항목의미
자세를 바르게정좌하고 허리를 펴며 ‘기(氣)’를 정돈함
먹을 간다무심히 손을 움직이며 마음을 집중함
호흡을 조절함쓰는 리듬에 맞춰 기를 붓에 실음
일필입혼한 획마다 정성과 정신을 담아 씀

이것은 무도나 좌선과도 공통된 정신 수련이며, ‘도’로 불릴 만한 이유입니다.

포인트④: 교육성 ―― 서예를 통한 인격 형성

일본의 학교 교육에서는 먼저 ‘서사(書寫)’를 배우고, 이후에 ‘서도’로 나아갑니다.

서도 수업에서는 정중하게 쓰기, 예를 갖추기, 조용히 집중하기 등, 학력과는 별도의 인격적 자질이 길러집니다.

서예 교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자주 들립니다.

  • “선에 네 감정이 나타나 있어.”
  • “진정해. 서두른 선은 다 드러나.”
  • “좀 더 ‘마음’을 담아봐.”

이러한 가르침은 글씨에 인간의 존재 방식을 담는 ‘인격 교육’ 그 자체입니다.

포인트⑤: 평생 탐구할 수 있는 ‘깊이’가 있다

서도는 기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형(서법)을 익힌 후, 그것을 넘어 자유롭게 표현하며 자신만의 ‘서풍(書風)’을 구축함으로써 예술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서도는 나이・체력과 상관없이 평생 계속할 수 있는 ‘도(道)’입니다.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붓에 깊이가 생기고, 선의 품격도 달라집니다.
“젊었을 땐 낼 수 없는 선이 있다”는 말은, 예술로서의 성숙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서도의 ‘도적 체험’이란?

서도에 몰두하는 가운데, 누구나 다음과 같은 ‘도적 체험’을 하게 됩니다.

먹을 가는 시간이 무심(無心)의 시간이 된다

  • 먹 향기에 둘러싸여 잡념이 사라짐
  •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날카로워짐

글씨를 쓰는 중에, ‘자신의 마음 상태’를 깨닫게 된다

  • 선이 흔들리면, “지금 마음이 급하구나”를 자각
  • 선이 곧게 나가면, “오늘은 안정되어 있구나”를 실감

‘잘 쓰는 것’이 아닌, ‘혼을 담은 선’을 그리고 싶어진다

이것이야말로 ‘기술을 넘어선 마음의 여정’, 즉 ‘서도’라는 ‘도(道)의 체험’입니다.

현대에서는 서도가 스트레스 완화와 마인드풀니스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 먹을 간다
  • 말없이 쓴다
  • 호흡을 정돈한다
  • 마음과 붓끝이 하나가 된다

이는 곧 ‘움직이는 선(禪)’ = 쓰는 명상(Writing Meditation)입니다.
정신적 안정을 찾고 자아와 대화하는 도구로서, 서도는 현대인에게도 큰 의미를 지닙니다.

 ‘서도’를 배운다는 것은, 자신을 배우는 것이다

서도를 배운다는 것은, ‘아름다운 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존재하는 것’을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붓끝 너머에 있는 것은 먹도 아니고 종이도 아닌,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는 거울입니다.

  • 반복된 연습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
  • 아름다운 결체는 이성과 감성의 융합
  • 붓을 놓는 그 순간은 무념무상의 경지

그래서 서도는 ‘도’이며, 끝없는 인생의 수행이기도 합니다.

맺음말: 서법에서 시작해, 서도의 길을 걷다

우리는 먼저 ‘서법’이라는 규범에서 시작해,
점차 ‘서도’라는 정신의 길로 나아갑니다.

기술과 마음, 규칙과 자유, 자아와 우주
그 모든 것이 만나는 곳에 ‘도(道)’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단 하나의 선 속에 자신만의 ‘도’를 찾아보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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