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붓은 기르는 것” ─ 도구에 대한 애정이 서예 실력으로 이어진다
서예에서 붓은 단순히 글씨를 쓰기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표현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동반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급 붓이라도 관리와 보관을 소홀히 하면 수명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이번 글에서는 붓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용적인 세척 방법과 보관 요령을 소개합니다.
붓의 수명을 좌우하는 것은 ‘사용 후의 한 번 더 신경쓰기’
붓털은 동물의 털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먹 성분이 털 깊숙이 또는 뿌리에 남아 있으면 굳거나 부패하는 원인이 됩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은 털의 뿌리입니다. 이곳에 먹이 쌓여서 뭉치면 탄력이 사라지고 붓 전체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 미지근한 물에 부드럽게 주물러 씻기 (특히 털 뿌리 부분 집중 세척)
- 먹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물로 충분히 헹구기
- 세척 후에는 강하게 짜지 말고, 천이나 종이로 물기를 자연스럽게 흡수시키기
- 붓끝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통풍 잘 되는 그늘에서 자연 건조시키기
포인트는 “힘을 너무 주지 않고, 붓끝을 아끼듯 다루는 것”입니다.
붓끝을 정돈하면 털이 다시 살아난다
세척 후에는 반드시 붓끝을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양모 붓처럼 부드러운 털은 털 방향을 정리해 주면 필감이 점점 좋아집니다.
두꺼운 붓이나 말털 붓은 털이 엉키기 쉬우므로, “빗으로 털을 정돈하는 것” 도 효과적입니다.
올바른 건조 및 보관 방법
건조 시
- 붓끝을 위로 세워 말리는 것은 절대 금지
- 붓의 목(털과 자루의 접합부)에 수분이 남으면 접착 부위가 팽창하거나 부식됨
- 붓걸이에 걸거나, 45도 각도로 눕혀서 건조하는 것이 이상적
보관 시
- 습기를 피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
-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방충제(나프탈렌, 장뇌 등) 를 적당히 넣고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
- 방충제는 정기적으로 교체 (너무 오래 넣어두면 역효과 발생 가능)
일본처럼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곰팡이도 붓의 큰 적입니다. 젖은 상태의 붓을 문갑 등에 밀폐 보관하는 것은 절대 금지입니다.
붓 목 보호도 잊지 말자
붓이 손상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붓의 목 부분이 흔들리는 것입니다.이유는 주로 새 붓을 억지로 벌리거나, 먹이 묻은 채로 세워 보관해 수분이 목에 고이는 것입니다.
붓은 사용 후 반드시 잘 씻고, 붓의 목까지 충분히 건조한 후에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의 “붓 쉬게 하기”
몇 주 이상 붓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추천합니다:
- 붓끝을 정돈하고 천으로 감싸기 (붓말이 사용 추천)
- 걸어서 보관하거나 옆으로 눕혀서 보관
- 방충제를 함께 넣고 오동나무 상자 등에 보관
붓통에 붓끝을 위로 하여 꽂아두는 것은 단기간에만 권장되며, 장기 보관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요약: 붓도 함께 ‘나이를 먹는다’
양모 붓은 계속 사용하면 꿀빛 광택이 나고 붓끝이 투명해지기 시작합니다. 좋은 붓은 꾸준히 관리해 주면, 사용자와 함께 세월을 쌓아가며 그 깊이가 더해집니다.
그 수명을 연장하려면, 매번 꼼꼼한 세척, 자연스러운 건조, 그리고 애정을 담은 보관이 필수입니다.
도구에 대한 애착은, 한 단계 높은 서예를 만들어내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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